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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쁜남자 신드롬을 일으킨 왕의남자

by Steven U 2023.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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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대 초반 예쁜남자라는 단어를 만든 신인 이준기,  화려하게 데뷔한 영화 왕의남자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예쁜 남자 신드롬

 

이준기가 너무 부각된 면이 있는데, 이 영화는 정말 모든 게 다 예쁘다 색의 대비를 잘 살린 원색의 영상미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선명한 색농도를 자랑하는 광대들의 붉은 의상이 푸른 하늘 아래 대비되, 2005년 영화치고 상당히 상쾌한 영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OST도 그렇다 장화홍련에서 돌이킬 수 없는 걸음으로 잘 알려진 이병우 음악감독이 맡았는데 프롤로그부터 애절함이 페이소스를 극으로 끌어내니 영화 초반부터 몰입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잘 언급은 안 하지만 BGM의 요소도 정말 중요한데, 예쁜 영상미에 걸맞은 예쁜 음악이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연산군의 치세를 아름답게 덧칠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을 바라보는 이준익 감독의 시선이다. 그의 눈에는 이 모든 것들이 예쁘고 따뜻하게 보인다. 사농공상에도 끼지 못하는 천한 사람들, 광대를 향해 연민의 눈길을 건넨다. 사료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이런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이 있고, 슬픔이라는 것이 있답니다.라는 이준익의 인간관은 대가댁에 몸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준기를 지켜주는 감우성, 광기에 찬 폭군 정진영에게 공감하며 눈물 흘리는 이준기, 광대 들이 사물놀이를 하며 흥겹게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왜 이준기 하는지 알겠다

왕의 남자는 천만 영화에 등극하게 한 일등공신은 생초짜 신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준기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곱상한 외모는 예쁘장한 미장센과 조화를 이뤄, 장녹수 역의 강성연도 질투할 정도로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눈으로만 보자면 오로지 이준기만 돋보인 셈인데, 2000년대 후반 전술했듯 예쁜 남자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을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했다. 물론 절정을 찍은 건 그 석류음료 광고였지만.

왕의 남자에서 봐야 하는 것은 이준기의 외모만은 아니다. 경력이 일천한 신인의 연기는 늘 불안감이 존재하는데 그런 불안감을 일거에 불식시키는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반짝 인기에 그쳤을 것이고 이 영화도 천만까지 가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신인답게 감정선이 흔들리거나 조절이 안돼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지점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마음이 낚싯바늘 걸리듯 쓱 걸려 끌려갔다.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노파심에 얘기하지만 연산군에 대한 미화 서술이 아니다. 왕의 남자도 연산군을 미화하는 내용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연산군이 뭔 짓을 해도 세탁할 수 없는 패륜과 악행을 저지른 건 분명하지만, 개인사 탈탈 털면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냐 하겠지만, 따지고 보면 연산군처럼 인생 출발부터 불행한 왕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서 수많은 매체에서 그의 파란만장 일대기를 다룬, 역사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정신 나간 인물을 몇 번이고 다루는 것이다. 이야깃거리가 되고 장사가 되는 이야기 때문에. 국모의 지위가 박탈되고 사약까지 받은 어머니를 둔 아들의 심정을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어필해야 좋을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역사적으로 답이 나와 있긴 하다. 장녹수라는 존재 때문이다. 기록되다시피 장녹수는 양귀비처럼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경국지색의 용모는 아니다. 하지만 엄청난 동안을 무기로 사람을 다루는 재주가 있었고, 어머니의 결핍을 가진 연산군의 빈틈을 기가 막히게 공략했다. 연산군은 장녹수를 통해 결핍된 모성애를 갈구하고 충족했다. 왕의 남자에서 그 역할을 공길이 나눠 가진 것이다.

총평 

영상미, OST, 연기, 연출, 의미, 이야깃거리 등 전반에 걸쳐 왕의 남자는 한국 영화사에 획을 그은 수작이자, 배급사의 횡포나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없이 정정당당한 입소문으로 승부를 본 천만 영화였다. 천만영화라는 타이틀이 너무나도 강렬해 이젠 만들어진 천만 영화들이 갈수록 상위권으로 득세하고 있지만, 하위권으로 쳐진다고 해서 왕의 남자가 가진 가치가 저하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겨운 놈이 이 세상 한 판 신나게 놀고 가면 그뿐 이라는 감우성의 마지막 대사, 그 내려놓음의 서술로 왕의 남자는 자격의 완성까지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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